제가 니시오 이신의 팬이라서 구입한 책입니다. 그냥 작가가 니시오 이신이라서 무작정 알자마자
구입을 한 관계로 사전지식은 전혀 없는 채로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처음엔 실망. 뭡니까 이 종이의 질은. 갱집니까? 재생지입니까? 특별히 종이의 질을
신경쓰면서까지 책을 볼 생각은 없습니다만, 요즘 하도 좋은 책만 보다보니까 신경을 안쓸래야
안 쓸수가 없었습니다. ...이런걸로 원가를 깎아먹는겨?
아무튼 읽었습니다. 뭐 읽다보면 종이 질은 신경안쓰일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책 크기가
미묘하게 큰 것도 마이너스입니다. 이래저래 읽기전부터 좋은게 없습니다.
번역이 개판입니다. 키즈모노가타리 번역본을 본 이후로 바로 봐서 그런지 너무나도 수준차이가
현저하게 납니다. 문체가 조금씩 달라지는거야 번역가의 개성이기도 하니 어쩔수 없다쳐도
( 싫으면 원판을 봐야죠 ) 대놓고 오역이 있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바이올런스가 왜 바이오 렌즈가
되는건지... 그외에도 대놓고 눈에 띄는 오역이 몇가지 있더군요. 에휴.
게다가 대화에 뭔놈의 느낌표가 이리 많나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전부다 기차화통을 삶아먹고
강인해진 호탕한 사람들만 나오는겁니까? 읽다가도 영 거슬려서 죽겠습니다. 원래 원판도 그런건가...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다 읽은 후에 조금 검색해보니 그건 아니더군요. 도대체 번역하신 분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한건지 욕할 생각보다는 오히려 의구심이 듭니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평생 낼 수 없겠죠.
본의가 아니게 작품 외적(?)인 부분으로 혹평을 하게 되었군요. 그래서 본론자체는 어떻느냐?
음... 정말 뭐라고해야할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 니시오 이신의 작품이군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멘탈적인 면에서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어느 나사는 대놓고 빠져있고, 어느
나사는 대놓고 보통사람에 비해 강하고 두드러집니다. 빠져있거나, 두드러지는 나사의 대표적인 것이
[일반적이고 사회통념적인 모럴]인데 이 것이 빠져있는 경우의 주인공이 헛소리꾼 시리즈의 이쨩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사마토키이며, 지나치게 두드러지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케모노가타리의
코요미와 메다카박스의 메다카입니다. ( 메다카의 경우엔 좀 조건이 붙겠군요 )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겠습나다만 이 작품에서는 그 이유를 확실히 단언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가 안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룰(법)이 있기 때문이다.
뭐, 현실적으로 이 이유 자체가 옳다 그르다에 대한 평가는 치워두고, 이 작품은 약간의 차이는
있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긴 하지만 어느정도는 이런 가치관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제목대로입니다. 받아들이는 뉘앙스 차이겠지만 오히려 君と僕の壊れた世界라는 원판의
제목보다 훨씬 작품을 더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목에 한해서는 번역을 잘 한 거라고
칭찬할 수도 있겠네요.
각설하고, 일그러진 세계답게 오만가지 금기가 다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작품의 흐름과 아~무런
관계없는 뜬금없는 금기의 설정도 있고, 하여간 정신없습니다. 안그래도 번역 때문에 정신없는거
더 정신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이 금기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니, 그전에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부터 갈리게 되겠지요. 저는 그다지 모럴리스트가 아닌 관계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참으로 자신의 색이 강한 니시오 이신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강렬한 색채를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스터리물이면서도 추리소설... 이라곤 하지만 뭐 헛소리꾼 이야기도 그렇듯이 추리나 트릭
자체는 별거 없습니다. 아니, 헛소리꾼 시리즈보다 훨씬 약하고 뻔합니다....라기 보다는 그냥
추리 요소는 없다고 보는게 속편할 겁니다. 저는 이쪽은 헛소리꾼 시리즈를 볼 때부터 포기한지라
기대는 안했습니다만, 그래도 대놓고 허술한 구성임에는 부정을 할 수가 없군요-_- 이것도
제목의 [일그러진 세계] 에 대한 표현 중 하나일까요?
일그러진 세계라고는 하는데, 요소요소만 들으면 밑도 끝도 없이 삐뚤어지고 이상하고 일그러진
느낌이지만, 읽다보면 그게 또 뭐가 일그러진건지, 일반적인 통념이 옳은건지 그른건지, 어째서
일그러진 것이고 어째서 옳은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니시오 이신의 필력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대놓고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할 말이 없어서 설득 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옳고 그름, 모럴의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사실 별거 아닌
중2병스러운 고민이지만, 그러한 고민또한 니시오이신이 자에게 선물해주는 재밋거리겠지요.
아, 헛소리꾼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쨩이 [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 가 모토였다면 이쪽의
주인공인 사마토키는 [ 최선을 선택한다 ] 가 모토이므로 이 차이를 비교하며 즐기는 것도
작품의 재미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을 거 같네요. 전 읽은 다음에나 생각났음...
( 사실 이 리뷰를 쓰면서 생각났음 )
아무튼 작품의 흡입력 자체는 대단해서, 이틀만에 독파해버렸습니다.
( 시간상으로는 6시간만에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재미있게는 읽었습니다. 추천하라...면 조건부로 하겠습니다만, 일반 접수가
안되는 니시오이신 작품중에서도 더 특별히 일반 접수가 안되는 작품인 관계로 섣불리
추천을 하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_-
표지에 나온 여주인공 이름이 쿠로네코다!! 그래서 그런건 아니지만 얘 맘에 들었다!!
조사해보니 이 것도 스토리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아무튼 3부작인거 같던데, 이건 정발해주지
않으려나요. 원판으로 읽는건 무지 오래걸리고 귀찮은데.. 아무래도 정발의 싹수가 보이지
않으니 어쩔수 없이 원판으로 읽어야할지도 모르겠군요. 끙
쓰다보니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양도 많아진 관계로 탈고는 생략. 귀찮아요...
- ryusei